[7/25] 연중 제17주일

2021-07-24
조회수 708

<2열왕4,42-44 / 에페4,1-6 / 요한6,1-15>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 이상을 먹이신 오늘 복음의 이야기는 흔히 오병이어의 기적, 혹은 빵을 많게 하신 기적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사실, 복음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명시적으로 빵을 많게 하셨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단지 사람들에게 빵과 물고기를 원하는 대로 나누어주셨다는 내용만 나올 뿐이지요. 그리고 복음은 이어서 그렇게 사람들이 먹고 남은 것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고 전하는데, 열둘이라는 완전수를 통해서 결코 음식이 모자라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렇게 볼 때 오늘 복음은 음식의 양이 수 천배로 늘었다는 내용이라기보다, 나눔을 통해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음을 증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겠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양, 게다가 밀로 만든 빵도 아닌 값싼 보리빵과 물고기라는 작은 나눔이었지만, 그 나눔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충족되었고, 어느 누구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수도회가 운영하는 청년문간이라는 식당이 올해 초 유명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로 감사한 후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기부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고, 쌀이나 김치, 면사리 등 식재료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책이나 청년들을 위한 일상용품들을 지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지요. 모든 분들의 나눔이 너무도 값지고 소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미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의 나눔이 가장 감동적으로 기억됩니다.


후원금과 함께 보내온 손 편지 내용에 따르면, 이 친구는 1년에 한 번씩 모은 돈을 어딘가에 기부해왔다고 하는데, 올해는 방송을 보고 청년문간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 어린 초등학생이 청년들의 주린 배를 걱정하며 보내온 기부금 액수는 49,000원이었지요. 많게는 수천만 원을 기부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제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은 이 어린이의 작은 나눔이었습니다. 아마도 기부한 액수를 떠나서, 어린 친구의 예쁜 마음이 저를 감동시켰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들만 있다면, 결코 부족함이 없으리라는 확신도 다시금 갖게 되었지요.


부유한 사람들의 통 큰 기부를 통해서만 세상의 필요가 충족되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이 이백 데나리온, 그러니까 반년 치 급여 정도의 돈은 필요하다고 했던 것처럼,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겠지요. 일면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정말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많은 양의 물질과 재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적잖은 돈을 벌고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거기 만족하지 못하고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입니다


물론, 물질적인 나눔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큰 울림을 전하고 마음을 채워주는 행동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청년문간으로 보내온 어느 초등학생의 작은 나눔도 그렇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 그리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도 그러한 행동들일 것입니다. 그런 작지만 큰 사랑으로 행해지는 오병이어와 같은 작은 나눔들이 사람들의 허기진 마음을 채우고, 우리네 세상을 부족함 없는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적은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은 네 개 복음서에 총 여섯 번이나 소개될 만큼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요한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작은 나눔이 하느님 안에서 얼마나 큰 기적이 될 수 있는지 놀랍게 보게 됩니다. 우리들의 삶 안에서도 이러한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이 사람들에게 더욱 너그러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작은 나눔들을 통해 이 세상이 날로 충만해질 수 있도록 각자에게 필요한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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