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주님 승천 대축일

2021-05-15
조회수 571

<사도1,1-11 / 에페1,17-23 / 마르16,15-20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였던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은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우주에 가보니 신은 없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어떤 의도에서 그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를 통해서 분명히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할 때마다 하느님께서 계신다고 고백하는 그 하늘이,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지상에서의 당신 사명을 완수하시고, 하느님께서 계신 하늘로 올라가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그런데 이 사건을 올바로 기념하고 경축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하늘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왜냐면 주님의 승천 사건을 슈퍼맨이 하늘을 날아오른 가시적인 사건 정도로 잘못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는 자칫 우리도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제자들처럼,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며 오늘을 기념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늘이라는 말 자체가 그 개념이 좀 모호하기도 합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을 하늘이라고 정의하는데, 이에 따르면 땅 바로 위로부터 열려진 모든 공간이 다 하늘인 셈입니다. 다시 말해서, 해와 달이 떠 있는 곳도 하늘이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이 공간도 어느 모로 다 하늘에 속해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오늘 복음을 보면, 주님께서는 승천하신 후에도 제자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갖가지 표징으로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고 합니다. 과연 그분께서는 하늘에 오르심으로써 우리를 떠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간을 초월하여 안 계신 곳 없이 어디서나 당신 제자들과 함께 있기로 하신 것이지요. 그렇게 주님께서는 처음부터 약속하셨던 것처럼, 세상 끝날까지 당신 제자들과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 되어주신 것입니다.


사실 신학자들에 따르면, 하늘나라는 어떤 물리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다스리시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하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늘나라에 하느님이 계신다는 표현보다, 오히려 하느님이 계신 곳이면 어디나 바로 그곳이 하늘나라가 된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입니다. 곧, 그분과 제자들이 함께 일하는 곳, 그래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에 바로 하늘이 열린다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을 전하는 마르코 복음 사가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선포하셨던 말씀이 바로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 (곧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르1,15)라는 말씀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역시 하늘이 땅으로 내려앉았다거나 하는 그런 뜻이 아니었지요. 이제 하느님께서 다스리시고,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무르익었다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하늘도 단지 우리 머리 위에 있는 푸른 하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제1독서와 복음이 증언하듯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것은 성경이 증언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승천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주님께서 다스리시는 곳 어디나 그분이 함께 계시리라는 약속을 또한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의 제자들인 우리가 복음을 선포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모든 곳이 바로 주님께서 승천하시는 하늘이 될 수 있음을, 또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연민을 닮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바로 그분이 머무시는 하늘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오늘 우리 주님께서 하늘로 승천하셨습니다. 환호 소리 가운데 하늘로 오르시고, 나팔 소리 가운데 죄와 죽음을 이기신 승리자로 개선하셨습니다. 이 하늘이 이천 년 전에만 열리고 닫힌 그런 하늘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세상 곳곳에서 열리는 하늘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주님의 승천 사건이 온 세상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주님께서 명하시는 대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전하기로 다짐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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