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05,05)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2022-08-31
조회수 654

많은 사람들이 호숫가에서 베드로의 배에 올라앉으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아마도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자기 배에 오르셨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았을 것입니다.

“그래, 내가 비록 볼품없는 것처럼 보여도 예수님께서 이렇게 관심을 두는 사람이야!”하며,

속으로 우쭐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끝나고 그분이 내리면 얼른 일어나 손을 잡아 드리면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빛나보이리라는 상상도 하며 머리속에 그림을 그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웬걸! 예수님은 말씀이 끝나시자마자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하시며 엉뚱한 지시를 내립니다.

 

베드로가 보기에 지금 그물을 치는 것은 합당하지가 않았습니다.

고기가 잡힐 시간도 아니었고, 괜히 그물을 던졌다가

온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빈 그물을 올리며 우스갯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하며

예수님과 타협하려 합니다.

 

여기에서 “애썼다”라는 표현은 희랍어로 코삐아산테스(kopiasantes)라는 말로,

신약성서에는 주로 사도직의 수고를 다하고 있음을 가리킬 때에 사용합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고기잡는 전문가 어부로서 최선을 다했는데 별 성과가 없었는데,

어찌 또 나를 힘들게하고, 사람들 앞에서 창피주려 하느냐며 항변합니다.


우리도 베드로와 같은 이런 상황에 종종 처하게 됩니다.

사도직에서 수고를 다하고, 어려움에 처해도 애써 힘을 다해 일을 합니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지칠대로 지쳐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결국엔

우리 자신의 노력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복음을 산다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복음과 복음적 삶을 드러낸다는 것에서 차츰 지쳐

피곤하고, 의심이 들어 이제 다 손 놓고 ‘주님 하고 싶은 데로 다 하십시오.’ 하며

어떻게 되나 보자 하는 자포자기의 마음마저 들기도 합니다.

 

이때 베드로는 우리처럼 ‘그래 이제 그만하면 됐다. 나도 힘들고 지치니 이제 그만두자.’

하는 대신, ‘스승님의 말씀대로’ 하겠다며 나섭니다.

이미 노력하고 애쓴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더 이상 안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님이 그리 말씀하시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배를 저어 깊은 데로 나아갑니다.

 

우리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인데, 자주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습니다.

신앙은 비합리적입니다.

우리가 신앙을 살아갈 때 인간적으로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느 정도 모험이나 위험을 무릅써야 하고,

때로 손해 볼 것이 빤히 보이는데도 온 몸을 바쳐 투신해야 할 때가 있으며,

계산하지 않고 다 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복음을 사는 사람의 진정한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도적 수고로움, 즉 애씀은 어떤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합당하게 진행되어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스승님의 말씀대로” 되리라 믿고 힘겹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베드로로 대변되는 우리 복음선포자들에게

당신 말씀을 ‘끝까지’ 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십니다.

나는 꼭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앙인에게 고집이고 교만입니다.

안전하고 결실이 풍요로운 것만을 찾는 것은 신앙인에게 나태함이고 속된 사람입니다.

 

온갖 수고를 다 했는데도 아직도 어렵고,

온갖 생각을 다 해 봤는데도 방법이 없어 보인다면,

다시 돌아가 “주님의 말씀대로” 내가 했는지 그리고 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것도

주님이 주시는 은총의 결실을 맺은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이것이 베드로처럼 또한 우리가 체험해야 할 부르심에 대한 신앙체험입니다.

 

“주님, 당신 말씀대로 오늘을 살수 있게 용기를 주소서. 아멘.”

 

* 참조 : C.M. 마르띠니 著“, 성염 譯, 『루가 복음』, 성바오로출판사, 1990, p6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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