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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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요한1,5-2,2 / 마태2,13-18>


대개 그리스도교의 첫 순교자를 스테파노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30여 년 먼저 순교 사건이 일어났었지요. 그것도 수많은 무죄한 이들의 순교였습니다. 비록 자기 의지로 신앙을 고백하지는 않았지만, 그리스도 때문에 죽임을 당했고, 또 어느 모로 무죄한 어린양의 수난과 죽음을 미리 보여준 아기들은 특별한 의미에서 그분을 증언하는 순교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그리스도교 안에서나, 이스라엘 전통 안에서나 기존에 생각하던 순교자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하느님의 뜻을 담대하게 선포한 위대한 예언자도 아니었고, 이스라엘의 독립을 위해 피 흘리며 싸운 용사들도 아니었으니 말이지요. 또, 믿음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목숨을 내어놓은 모범적인 인물들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힘없는 아기들이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순교자라고 고백할 때, 우리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길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순교자들 안에서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더 잘 바라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낙태아들이나, 나자렛 성가정과 함께 생존을 위해 지금도 삶의 터전을 찾아다니는 난민들, 그저 가난하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재난 같은 일상을 매일 버텨내는 사람들, 그리고 쉴 새 없이 파괴되고 사라지는 하느님의 피조물 안에서 무죄한 순교자들을 보게 된다는 것이지요. 어느 모로 성탄의 신비는 영웅적인 모습이 아닌, 이렇듯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이 형제자매들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을 꿈꾸게 합니다.


모두가 엘리야처럼 하늘로 오르기를 꿈꾸고 있을 때, 오히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내려오셨고, 그것도 기대하던 힘센 군주의 모습이 아니라, 구유에 태어난 미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바로 이 사실이 가난한 이들, 그리고 주목받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으로 선포됩니다. 이제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비추어지고, 마치 배경처럼 눈에 띄지도 않던 그 작은 이들이 하느님 나라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의 지혜를 넘어서는 하느님의 어리석음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겠지요.


성탄의 신비 안에서 작은 이들을 선택하시고, 또 당신 자신을 그렇게 낮추시는 하느님의 어리석음을 묵상하며, 그분과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마음을 주님께 청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특별한 성탄의 은총을 청하며 이 미사를 함께 봉헌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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