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2021-09-08
조회수 357

<콜로3,12-17 / 루카6,27-38>


우리는 조건을 제시하는데 익숙합니다. 예컨대, 그 사람이 먼저 저것을 하면 나도 이것을 한다거나, 이러이러한 정도의 사람이라면 받아준다거나 하는 식의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이지요. 흡사 시장에서의 흥정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익은 최대로 하고 손해는 최소화하려는 다분히 계산적인 의도가 보인다는 말입니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고, 예상치 못한 큰 손해를 보기도 하면서, 점차 자신을 방어하고 제 몫을 챙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우리를 초대하시며 쉽지 않은 요청들을 하십니다.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하건, 나를 저주하건, 혹은 나를 학대하건, 그에 상관없이 사랑하고 축복하고 기도해주라고 하시지요. 여태껏 합리적이라고 여기던 계산법을 버리고 하느님의 계산법을 따르라고, 그러니까 한 마디로 조건을 제시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한편으로 무척이나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이전과 다른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라고 하시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이 말씀 안에는 무엇보다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사실, 하느님처럼 자비로워지라고 하셨을 때, 거기에는 부담스러운 그 요청들을 이미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행하고 계신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곧, 당신을 미워하는 그때마저도 우리를 사랑하시고, 죄를 지어도 축복을 멈추지 않으시며, 되돌려받을 생각 없이 무엇이나 달라면 주시는 하느님, 그렇게 아무 조건 없이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단지 어떤 행동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이를테면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뺨을 내민다거나, 달라는 것은 무조건 주어야 한다는 식의 피상적이면서 부담스러운 규정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만큼이나 경계 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체험하라는 초대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 초대를 통해 계산적인 자세로부터 치유되고, 한 처음 우리를 창조하실 때부터 의도하셨던 그 완전한 모습으로 회복되길 바라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콜로3,12)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받는 사람들로서, 우리가 날로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변모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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