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 연중 제12주일

2021-06-19
조회수 454

<욥38,1.8-11 / 2코린5,14-17 / 마르4,35-41>


바다를 가를듯이 세차게 몰아치는 폭풍우는 뱃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내가 의지하고 있는 기초를 흔들어대고, 또 주변의 모습마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이 두려움을 주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배가 뒤집혀 바다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죽음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갖게 하는 이 폭풍우를 통해서 바닷속 생물들은 산소를 공급받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바람으로는 산소가 들어갈 수 없는 바닷속 깊은 곳까지, 세찬 바람이 그 생명의 숨을 실어나르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폭풍우는 심해의 정체된 바닷물을 뒤흔들어서 정화하는 역할까지 합니다. 죽음의 그림자인 줄로만 알았던 그 세찬 바람이 사실은 생명의 바람, 정화의 바람이었다는 것이지요.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갈릴래아 호수는 예수님 활동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사람들의 회개가 일어나고, 하느님 나라가 선포되었지요. 생각해보면, 많은 제자들이 호숫가에서 예수님을 만나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하였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였습니다. 또 호수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 그리고 오늘 복음이 전하는 바와 같이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시키시는 예수님을 보며, 그분이 누구이신지 점차 명확히 알아볼 수 있게 되었지요.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복음을 읽을 때, 호수에 일었던 거센 돌풍이 그저 어떤 자연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을 위한 교육의 순간, 성장과 정화의 순간이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옛것이 지나가고 새것이 되는 과정,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지요.


과연, 제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휘둘리는 순간,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을 구원하시는 분이심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과 함께 있으면 상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세상이 빼앗아갈 수 없는 평화 가운데 머물 수 있음을 체험하게 된 것이지요.


아울러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그 순간 평안히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돌보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또한 엿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두려워하는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4,40)라고 말씀하시며, 제자들의 믿음이 순수하게 정화되도록 초대하시지요.


비단 호수에서만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성장과 정화의 순간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힘이 나를 세차게 흔들고, 또 주변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불안해질 때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 순간이 당장은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겠지만, 이를 통해서 정체되었던 과거의 내가 생명의 숨을 받은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되어 간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체험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점차 하느님이 나에게 누구이신지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알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옛것에서 새것으로 변화되는, 다시 말해서 호수 이쪽에서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여정을 우리는 걷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평생에 걸쳐 우리가 변화되고 정화되는 여정일 것입니다. 이 여정 중에 우리와 함께 계신 예수님을 항상 의식하고, 그분께 필요한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워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하느님께 완전한 신뢰를 두셨던 예수님처럼, 마침내 우리도 순수하고 완전한 믿음을 지닐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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