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3,1-6 참조)회당 한 가운데로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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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회당 한 가운데로 불러내어 치유합니다.

 

손은 누군가를 애틋하게 어루만질 수 있고, 우정의 표시로 악수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손을 이용하여 다른 물건을 사용하거나 무엇인가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손은 사람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표현도구입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세상에 표현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시작점이죠.

 

그런데 그 손이 오그라들어 있다는 것은

그가 자기 존재를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위축되어 있고, 창조적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기를 어려워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치유하시면서

그를 회당 가운데로 나오라고 부르십니다.

자기 존재의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자아를 자기 삶의 중심으로 불러내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어떤 사람, 어떤 존재가 아닌,

하느님 앞에 유일한 존엄성을 가진 오직 한 사람임을 일깨어 주십니다.

더 이상 그가 주변인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공임을 일깨어 주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에게 “손을 뻗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어떤 세세한 설명 없이 곧바로 그가 해야 할 것을 명령하십니다.

자기 일을 시작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전달하고,

손을 뻗어 자신이 잡고 싶은 사람과 물건과 세상과 소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더 이상 주변인으로 숨어 있지 말고,

자기 존재를 무수한 욕심들과 무가치한 것들 속에 숨겨두지 말고,

자기 삶의 중심으로 가지고 나와서 표현하라고 하시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치유한다는 것은

그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표현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그가 치유 받은 곳, 회당, 그것도 회당 한 가운데라는 점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유가 시작하는 곳은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이지만

그 상처를 치유 받는 곳은 하느님이 계시는 곳, 하느님의 사랑이 시작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당신의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사람을 필요로 하신다는 것을 압니다.

사람들의 손을 오그라들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오그라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무엇보다 하느님을 따라 사람들에게 생명을 살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의 회당에는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자신들의 잣대로 사람들을 오그라들게 하고,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예수님마저

자신들의 잣대에 방해가 된다면 죽이려고 하는 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예수님은 그들의 어둡고 경직된 마음에 분노하시고,

다른 한편으로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마저 불구자로 만들고,

참된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하여 내적으로 죽게 만들기에 불쌍히 여기시며, 슬퍼하시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회개시키려 매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자기 안에 갇혀 허덕이고, 고통 받는 영혼을 살리는데 집중합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살기를 원하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해 부단히 일하십니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일에 당신과 함께 할 사람들을 초대하고 함께하십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세상의 잣대로 오그라든 영혼들이

자기 삶의 중심으로 나오도록 자리를 만들어주고,

그들이 자기 존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무엇이든 표현하고 나눌 수 있도록 마음과 시간의 공간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 대한 치유이야기는 치유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치유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우리 그리스도에게 치유하는 사람으로 초대받은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죠.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지금 모든 것을 다 변화시키고 변혁시켜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도 지금 회당에 모인 그 모두를 회개시키는 일에 매달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지금 자신과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고 싶고,

자신을 표현하지 못해 삶이 오그라든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일하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는 압니다.

그 한 사람의 치유로부터 시작하여 세상의 중심에

자유와 창조와 새로움과 기쁨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오늘 회당 한 가운데로, 예수님이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주님, 당신 앞에 나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소서. 아멘.”

 * 안셀름 그륀, 『사람을 살려라』, p31-36 참조. (사진 : 네이버블로그, 모니카의 보물 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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