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 연중 제16주일

2022-07-17
조회수 229

<창세18,1-10ㄴ / 콜로1,24-28 / 루카10,38-42>


어떤 일을 할 때 무엇보다 기억해야 하는 단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왜"라는 단어이지요. 지금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다시 말해서 그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일 이 단어를 잊고 살다보면, 하고 있는 일은 어느새 의미없는 기계적인 행동으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일량이 많아지고 분주해지기라도 하면, "왜"라는 단어 대신 이제 "어떻게"라는 단어를 더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내지는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골몰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분명 필요한 고민임에 틀림 없지만, 이 단어만 되뇌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효율성의 덫에 갇혀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단어는 다 중요하지만, 분명 우선순위를 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마르타와 마리아를 통해 이 두 단어를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방문하시자 마리아는 예수님과 눈을 맞추고 그분의 말씀을 들었다고 하지요. 마리아에게 있어서 예수님과 만나는 의미는 무엇보다 그분과 친교를 나누고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는 것이었던가 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었던 것이지요.


반면에 마르타는 예수님이 방문하시자 "어떻게" 하면 손님맞이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그분이 불편하시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머릿속에 생각은 많아지고, 손놀림은 더욱 분주해졌겠지요. 틀림없이 마르타는 배려심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 예수님을 만나는지보다 "어떻게" 예수님을 맞이해야 하는지 더 신경쓰면서, 우선순위가 뒤바뀌어 버립니다.


이에 예수님께서 아주 분명하게 말씀하시죠.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지 말고, 필요한 한 가지에 집중하라고 말입니다. 너무 많은 일에 분주한 나머지 어떻게 그 일들을 처리할까 고심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그 일들이 지향하는 목적과 의미를 기억하라는 말씀으로 묵상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이 말씀은 당신의 제자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지요.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이야기도 자주 듣게 되고, 또 남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을 감동적으로 볼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마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지요. 그때 우리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제자들이 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예수님께서 “마르타야, 마르타야”라고 두 번 연이어 부르신 것도 눈여겨보게 됩니다. 성경에서 두 번 연이어 이름이 불릴 때는 그 사람에게 소명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 할 때,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라고 천사가 두 번 부르며, 아브라함이 이제 모든 민족들의 아버지가 되리라고 한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떨기나무 가운데서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모세야, 모세야”라고 하시며 이스라엘 민족의 영도자로 부르셨고, “사무엘아, 사무엘아”라고 사무엘을 예언자로, 또 “사울아, 사울아”라고 하시며 바오로를 사도로 부르셨지요.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는 분주한 마르타를 두 번 연이어 부르시며, 소명을 부여하십니다. 분주하게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 머물지 말고, 당신 말씀을 먼저 듣고 묵상하는 제자가 되라고 말입니다.


그 마찬가지 부르심이 오늘 우리 마음에 울림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주님과의 만남 안에서 “어떻게”라는 단어에 머물지 않고 “왜”라는 단어를 자주 기억할 수 있게 되기를, 그래서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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