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2022-06-11
조회수 136

<잠언8,22-31 / 로마5,1-5 / 요한16,12-15>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부, 성자, 성령 서로 다른 위격으로 구분되시지만, 본체로서는 한 분이심을 고백하고 경축하는 날이지요. 얼핏 듣기에도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우리 교회는 이 신비가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핵심이며, 다른 모든 신앙 신비의 원천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사실,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내적 신비를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고, 오늘 미사도 같은 이름으로 시작하였으며, 모든 기도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시작하고 마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삼위일체 신비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이해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믿음과 삶은 이 신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또 거기서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지요.


신학자들은 이렇듯 어렵지만 우리 신앙의 핵심인 이 신비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보려고 다양한 비유로 설명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태양 자체와 햇빛과 햇볕은 모두 하나의 근원을 가리킨다는 비유로 성부, 성자, 성령을 설명하기도 하고, 또 같은 사람이더라도 관계에 따라 아버지, 아들, 남편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세 위격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설명들이 완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 하느님의 신비를 살짝 엿볼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설명들 가운데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시고, 그러기에 삼위일체이실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느님께서 다른 위격 없이 한 분이시기만 하다면 사랑 자체가 불가능하겠지요. 왜냐면 사랑은 두 존재의 만남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누군가 혼자서 사랑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폐쇄적인 자기애와 사랑을 혼동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우선 두 위격이셔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랑에는 창조하는 내적 속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둘이 만나 사랑을 하면 언제나 제3의 존재가 그로부터 나오기 마련이라는 것이지요. 부부가 완전한 사랑 안에서 자녀를 얻게 되는 것은 이 신비를 비유적으로 가장 잘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자녀출산이 아니더라도 충만한 사랑은 언제나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고, 또 영적인 자녀들을 낳게 해서 끊임없이 확장됩니다.


결국, 사랑은 두 존재의 만남과 이를 통한 결실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하느님께서 삼위일체이신 이유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시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말씀을 통해, 우리까지도 당신의 삼위일체 신비에 참여하라고 하십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 삼위일체 신비를 감히 우리 삶으로 살아감으로써, 당신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도록 초대하셨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삼위일체는 하느님의 내적신비이자 사랑의 신비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도록 초대받은 삶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세 위격이 서로 구분되시듯, 우리도 서로의 고유한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사랑으로 완전히 일치되도록, 그리고 그 사랑의 결실을 통해 끊임없이 이 사랑을 온 세상으로 확장시키도록 초대받았다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위일체 대축일은 삼위일체 하느님을 고백하는 날이면서, 동시에 삼위일체 신비를 살아가겠다는 다짐의 날이기도 한 것이지요.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힘과 의지를 갖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표현하는 말에도 ‘사랑에 빠졌다’와 같이 수동적인 표현들이 많은가 봅니다. 말 그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신비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그 신비를 고백할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삼위일체 신비를 삶으로 깨달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삼위일체 하느님을 닮아감으로써, 그분의 깊은 신비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모든 피조물과 사랑을 나누고 일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풋터 로고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04

전화번호 : 02-743-7026      팩스 : 02-743-7027

이메일 : cmfkorea@catholic.or.kr

COPYRIGHTⓒ CLARETIANS.  All Rights Reserved.


FAMILY SITES

풋터 로고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04      전화번호 : 02-743-7026      팩스 : 02-743-7027      이메일 : cmfkorea@catholic.or.kr

COPYRIGHTⓒ CLARETIANS.  All Rights Reserved.


FAMILY S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