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주님 만찬 성목요일

2019-04-18
조회수 568

<탈출12,1-8.11-14 / 1코린11,23-26 / 요한13,1-15>


간혹, 어떤 이유로든 내가 내일 죽는 운명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면서 오늘을 보낼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아마 주변 사람들에게 잘못한 것을 사과하고, 함께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었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않을까. 또 마지막 일기처럼 유서를 쓰면서 내 삶을 정리할 것도 같고, 느지막이는 고해성사를 청해 받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의 순간을 기다리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각 사람에 따라 그 계획은 다를 수 있겠지만, 모두가 그 마지막 때에 예외 없이 가장 소중하고도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인,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내일 세상을 떠나시는 그분 역시 오늘 가장 소중하고도 중요한 일을 하시지요. 그것은 바로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랑이라는 당신의 사명에 충실하셨던 것이지요. 그런데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그 말을 계속 되뇌며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 보면, 이것이 단지 이 세상을 떠나시는 그 순간까지, 그 시간까지 사랑하셨다는 뜻만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 이것은 무엇보다 당신께서 하실 수 있는 마지막 하나, 그 끝까지 사랑하신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가르치시고, 먹여주시고, 고쳐주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의 모습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행동으로, 그렇게 사랑 앞에서는 체면도 자존심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니 그보다 더한 것도 남김없이 끝까지 다 하실 수 있다고 몸으로 보여주신 것이지요. 얼마 전, 교황님께서 남수단 지도자들에게 평화를 위해 힘써 달라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까지 그들 발에 입을 맞추신 적이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당신이 무릎 꿇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여주시는 것만 같았지요. 마치 예수님께서 끝까지 사랑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실 수 있다고 보여주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 말은 당신의 모든 힘과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내면서까지 기어이 사랑하겠노라는 선포로 들리기도 합니다. 과연, 예수님께서는 내일 십자가 위에서 물과 피를 쏟으시면서, 당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우리에게 내어주실 것입니다. 끝까지 다 주시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내어주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죽음을 넘어서까지 당신의 몸과 피를 영원히 우리에게 내어주시는 성체성사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그분은 끝까지 남김없이 내어주시는 사랑을 우리에게 계속해서 보여주시는 것이지요.


아울러,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말씀은 누구 한 사람 예외 없이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모두 사랑하셨다는 의미라고도 생각됩니다. 복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후의 만찬에는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도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는 예수님의 수제자로부터 배신자까지 모두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그 누구도 주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의 만찬에서 제외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가장 선한 사람부터 가장 끝에 선 악한 사람까지 온 인류가 남김없이 주님의 식탁으로 초대받았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또한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이렇듯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전하고, 마침내 다음 말씀으로 마무리됩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13,15) 높은 자리에 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의 위치에서 섬기는 사랑, 내 살과 피를 내어주기까지 끝까지 하는 사랑, 그리고 누구도 제외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모두를 끌어안는 사랑. 그런 사랑을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 보여주시고, 또 그렇게 사랑하라고 우리를 초대하고 계시는 것이지요.


이 미사를 통해서 우리는 파스카 성삼일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가장 거룩하고 뜻깊은 시간,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하게 드러나는 시간이지요. 이 거룩한 때에, 특별히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 응답하여, 우리도 그분을 따라 사랑하기로 다짐하고, 필요한 은총을 청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그분께서 그 사랑을 완성하여 주실 것이고, 당신 안에서 마침내 우리도 부활에 이르도록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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