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 부활 제7주간 월요일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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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19,1-8 / 요한16,29-33>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지요. 다시 말해서, 내 싸움 상대가 누구이고 그 약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상황은 어떠하고 잘 준비되어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장수라 하더라도, 싸움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면, 혹은 내 손에 어떤 무기가 있는지 모른다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세상을 이기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분의 삶을 찬찬히 보노라면, 여기서 이기셨다는 의미가 흔히 생각하듯 어떤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그분은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했고, 매를 맞고 가시관을 썼으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모습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셨지요. 승리자라기보다 오히려 패배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참으로 승리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라는 유혹에 맞서 승리하셨고, 배반하는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심으로써 미움에 맞서 승리하셨으며, 마침내 부활을 통해 죽음에 맞서 승리하셨습니다. 처음부터 그분의 싸움 상대는 어떤 사람이나 특정 단체가 아닌, 악의 유혹과 그 결과인 죽음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예수님의 무기 역시 총이나 칼이 아닌 믿음과 순명, 그리고 겸손과 사랑이었지요. 싸워야 하는 적을 정확히 알고, 당신 자신을 준비하신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원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우리도 매일 다양한 싸움을 하며 살아갑니다. 꼭 주먹다짐이 아니더라도, 말싸움이나 자존심싸움 등으로 어떤 개인과 싸우기도 하고, 국가나 단체 간의 싸움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경우도 많지요. 얼핏 보면, 이러한 싸움의 대상들이 어떤 개인, 국가, 혹은 나 자신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과 언변, 더 강력한 군사력, 그리고 자신을 통제하는 강한 의지가 되겠지요.


하지만 이 싸움의 진짜 대상은 이렇듯 보이는 대상들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악의 그림자들입니다. 상대를 내리누르려는 경쟁심과 교만, 막연한 두려움, 또 자신을 포함해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랑과 온유, 친절, 인내, 진실과 같은 성령의 열매들을 무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때 비로소 여태까지 싸움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이들을, 같은 편에서 싸우는 아군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도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세상을 이겼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처럼, 우리도 마주하는 모든 싸움들에서 승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적이 누구이고,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히 깨달을 수 있는 은총을 이 시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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