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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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30,15-20 / 루카9,22-25>


연일 뉴스로 듣게 되는 ‘코로나19’ 사태 소식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확진 후 놀란 마음으로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 소식도 그렇고, 검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들, 또 그분들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일상을 포기하고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신 분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짓누릅니다. 그런가 하면 이 모든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감사함과 더불어 걱정되고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는 우리에게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 가운데 생명과 축복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 아닐 수 없는데,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참담한 심정으로 보면서는, 이 초대가 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 고통받고 있는 이들 가운데 누구도 이런 상황을 의도하고 선택한 것이 아닌데, 선택과 무관하게 이렇듯 죽음과 저주와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러다 보니, 애초에 우리 선택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울하고 어두운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반면, 이런 어두운 생각을 불식시켜 주는 감사한 소식들도 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임대료를 내린 건물주의 이야기가 있었고, 수고하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구하기 힘들다는 마스크와 손편지를 수줍게 대문 앞에 붙여 놓은 사진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기도 합니다. 또 어제는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도너츠 10박스가 배달됐다고 하지요. 그런가 하면, 대구, 경북 지역의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기꺼이 자원봉사를 나선 의사와 간호사들 이야기도 감동을 전해줍니다. 밤하늘이 어두울수록 그 별빛이 더 아름답듯이, 암울하게 보이는 이 상황 속에서 더 아름답게 빛나는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누군가에게 축복이 되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설사 우리가 상황을 선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스스로 생명과 축복이 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본래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다움이란 누군가를 살리는 바로 이런 모습이겠지요. 그리고 그 인간다움을 살기로 택할 때, 복음이 말하듯, 우리는 자신, 곧 우리의 참모습을 잃거나 해치는 일이 없게 될 것입니다.(루카9,25)


우리가 지내는 사순시기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비관적이고 암울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다가올 부활을 고대하는 희망의 시간이지요. 눈에 보이는 고통과 죽음이 끝이 아니라, 이를 통해 더 큰 생명으로 나아감을 고백하는 시간이라는 말입니다. 바라건대, 지금의 ‘코로나19’ 사태가 이러한 수난과 부활의 신비로 우리 그리스도인들 안에서 조명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어둡고 참담한 심정이 위로와 평화로 부활하고, 서로를 향한 갈등과 혐오는 이해와 연대로 부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우리 각자가 매 순간 생명과 축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은총을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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