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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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6,8-10; 7,54-59 / 마태10,17-22>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를 그 안에 살게 하신 분께서, 이제 이 세상 안에 들어와 우리와 함께 머물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하늘과 땅이 만나고, 창조주와 피조물이 벗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성탄은 무엇보다 기쁨의 시간이고, 또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이 놀랍고도 신비로운 만남 안에서, 우리는 경외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 만남이 참 아름답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나는 여태까지의 수많은 만남의 결과다.’라고 말이지요. 사실 만남은 나의 성격과 가치관을 만들어 주고, 또 어떤 만남은 지혜와 안목을 길러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만남들이 우리를 매 순간 변화시키고,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아마 지금 이 짧은 우리의 만남도, 어떤 면으로든 우리를 변화시키고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게 할 것입니다. 만남이란 그런 것입니다. 특별히 성탄에 우리는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 만남 역시 우리를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켜 준다고 믿습니다.


한편, 하느님과 만난 사람들은 이제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또 다른 만남을 갖게 됩니다. 마치 미사 때 말씀과 성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 만난 이들이 세상에 파견되어 복음을 전하듯, 성탄을 통해 우리에게 오신 하느님을 만난 이들도 세상에 나가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어떤 식으로든 하느님을 만난 이들은, 그 벅찬 감동과 체험을 다른 이들에게 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만남을 통해 변화된 마음속에서 샘솟는 기쁨이 우리를 그렇게 재촉할 테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탄 바로 뒤인 오늘, 스테파노 순교자 축일을 경축하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아시다시피 순교를 의미하는 martyrium은 본래 증거를 뜻하는 말이라고 하지요. 그러니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이 다시 다른 이들을 만나 자신들이 체험한 것을 담대하게 전한 것이 순교의 본래 의미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그리스도교의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변화된 사람으로서, 다시 다른 이들을 만나 자신이 체험한 그리스도를 전한 분이십니다. 실제로 오늘 독서를 보면, 이러한 스테파노를 만난 이들 가운데는 사울도 있었지요. 이후에 사울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도 했지만, 먼저 이 자리에서 스테파노를 만났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참 여러 만남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되어 고리고리 연결이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성탄 신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난 우리도 그런 하나의 고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만나고 체험한 하느님을 세상 속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다시 전하도록 초대받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성탄을 기념하고 경축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신 사건을 기억하고 기뻐하는 것을 넘어, 그분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고리고리 연결된 우리들의 만남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구석구석 전해지고, 하느님 나라의 소중한 열매들이 맺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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