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 연중 제15주일

20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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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55,10-11 / 로마8,18-23 / 마태13,1-23>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요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나는 폭우와 홍수 피해, 그리고 며칠 전 비보로 전해진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 고통의 사건들을 각각 독립적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늘 제2독서가 이야기하듯, 한계에 다다른 과거의 사고방식과 체계에 종식을 고하고, 새로운 생태적 가치관과 사회질서의 탄생을 기다리는 피조물들의 탄식과 진통이기도 합니다.(로마8,22) 이렇게 볼 때, 지금 이 사건들은 허무나 멸망의 징조가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 나라의 완성과 충만함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 인류나 우리 사회 차원이 아닌 각 개인의 경우에도,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탄식과 진통을 통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시지요. 아시다시피 씨앗이 싹을 틔워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고통이 요구됩니다. 씨앗은 자기 껍질을 째는 희생을 통해 싹을 틔워야 하고, 그 씨앗을 품고 성장시켜나갈 땅 역시 부지런한 밭갈이로 준비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체적으로 씨앗이 뿌려지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세 종류의 땅을 이야기하시는데, 이를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변화되어야 하는지 묵상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씨앗이 길에 떨어진 경우입니다. 길이라는 게 요즘이야 돌을 깔거나 아스팔트를 부어 만들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곳이 그대로 길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걷기에 좋은 땅이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가장 짧은 경로가 길이 되었겠지요. 그리고 한 번, 두 번 계속 다니다보니 어느 새 풀도 자라지 않게 되고, 자연스레 사람들은 그 위를 걸어 다니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체중이 실린 발걸음으로 다져진 길은 점점 딱딱해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길은 오래도록 반복된 생각과 행동으로 완고해진 마음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그런 완고하고 딱딱한 마음에 하느님 말씀이 들어가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악한 자가 그것을 빼앗아 가기도 쉬운 것이겠지요.


두 번째로 말씀하신 비유는 돌밭에 뿌려진 씨앗입니다. 이러한 씨앗은 자라도 뿌리가 없어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시지요. 그런데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게 하는 돌이 무엇일까 묵상하면서, 어쩌면 우리의 악습들이 바로 이 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악습이라고 하면, 뒷담화를 하는 것이나, 게으름, 또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 등 좋지 않은 다양한 습관들을 떠올릴 수 있지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 다양한 악습들은 결국 하느님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하느님 말씀이라는 씨앗이 마음에 깊이 뿌리내리려면,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 곱씹어보고 묵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말씀을 듣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거나, 게을러서 그만둔다거나, 아니면 스마트폰에 빠져버린다면 그 말씀이 깊이 뿌리를 내릴 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세 번째로 말씀하신 비유는 가시덤불에 뿌려진 씨앗입니다. 농사를 지어보면 알지만, 한정된 땅에는 그 영양분도 정해져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퇴비나 비료를 주어 그 영양분을 늘리기도 하지만, 필요 없는 잡초를 제거해서 원하는 작물에 영양분이 많이 가도록 노력하기도 하지요. 예수님께서는 가시덤불이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을 가리킨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땅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24시간 한정된 시간을 쓸 수밖에 없고, 각자의 체력과 마음도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더 많은 시간과 체력, 마음을 쏟을 대상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잡초를 뽑듯이 우리 몸과 마음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은 우리 생각과 마음을 분산시키고, 하느님 말씀에 더 집중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는 그 씨앗이 우리 안에서 풍성하게 자랄 수 없는 것이지요.


농부가 밭을 가는 것은 딱딱한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그 안에 큰 돌들을 걷어내며, 다른 잡초를 뽑아내는 작업입니다. 땀 흘리며 고생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서 땅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 같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완고한 마음은 부드럽게 만들어 개방성을 갖도록 해야 하고,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악습들은 교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세상 걱정과 유혹이 나를 구속하고 있다면,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그 가시덤불을 걷어내야 합니다. 그렇게 탄식과 진통으로 우리 마음 밭을 준비할 때, 비로소 변화된 마음가짐으로 하느님 말씀을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로 우리 삶에서 열매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끝으로, 매해 밭갈이하는 농부를 통해서, 이러한 우리의 마음 준비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또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백 배의 수확을 얻었다고 농사짓기를 멈추는 농부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을 깊이 마음에 담아,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많은 열매를 맺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말씀 묵상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매번 씨를 뿌릴 때마다 새롭게 밭을 가는 농부처럼, 우리도 매 순간 우리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날마다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지는 하느님 말씀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마음 밭을 잘 일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날로 충만함에 다가가고, 또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신비를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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