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성모 승천 대축일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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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11,19ㄱ; 12,1-6ㄱㄷ.10ㄱㄴㄷ / 1코린15,20-27ㄱ / 루카1,39-56>


하느님께서 성모님을 하늘로 들어 올리셨다는 성모몽소승천 교리는 1950년에 믿을 교리로 선포되었지만, 사실 초대교회 때부터 널리 믿어져 오던 전승입니다. 이 전승에 따르면 성모님께서는 에페소에서 돌아가시는데, 임종을 지키기 위해서 당시 여러 지역에서 선교를 하던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곳에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인도 남부 지방에까지 선교를 갔던 토마스 사도는 너무 먼 거리를 돌아와야 했기에, 성모님께서 임종하시고 사흘이 지난 후에야 겨우 에페소에 이르게 되지요. 마지막으로 성모님의 얼굴을 보고 싶어하던 토마스 사도의 간청으로 성모님의 시신을 확인하게 되는데, 그때 시신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성모님의 승천을 제자들이 모두 알게 됩니다. 일부 전승에 따르면, 토마스 사도는 성모님의 승천을 직접 목격하고 성모님께 허리띠를 받았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승 뿐 아니라 교리적으로도 성모님의 승천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고보서가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는다"(야고1,15)고 했듯이, 죽음은 죄의 결과입니다. 그러기에 본죄와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던 성모님께서 죽음에 머물러 계실 수는 없으셨던 것이지요. 그런데 죄에 물들지 않은 그 상태가 성모님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었기에, 이는 예수님의 승천과 달리 전적으로 하느님께서 주도하신 승천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모님의 승천은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를 이야기하는 사건이라기보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죄의 굴레를 벗어난 인간의 운명을 미리 보여주는 예언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죄에서 해방되어 죽음을 벗어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우리들의 운명을 보여준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성모승천대축일의 주인공은 성모님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약속받은 우리 모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승천을 기념함과 동시에, 언젠가 우리도 같은 영광에 이르게 될 것임을 희망 안에서 감사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것이지요.


한편, 오늘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죽음에서 해방되신 성모님의 승천 대축일이 광복절과 일치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인도 역시 1947년 8월 15일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다고 하지요. 이미 4세기 때부터 '하느님의 어머니' 축일로 기념되었다고 하는 8월 15일이 이처럼 신앙을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해방의 날로 기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해방의 사건들이라고 믿습니다.


이렇듯 성모님은 무엇보다 해방의 표징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는 오늘 복음에서 루카 복음사가가 전하는 성모님의 마니피캇을 통해 더 분명히 알 수 있지요. 늘 조용하고 겸손할 것이라고만 상상했던 성모님께서 예언자의 목소리로 해방을 노래하신 것입니다. 교만한 생각으로부터의 해방, 사람을 지배하는 잘못된 체제로부터의 해방, 또 굶주림으로부터의 해방을 노래하시면서, 이제 복음 안에서 새로운 해방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담대하게 선포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선포된 내용은 실제로 예수님의 삶을 통해 실현되었고, 성모님께서는 평생 여기에 협력하셨던 것이지요. 이러한 선포가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참으로 실행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혼자만의 생각에서 해방되어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게 되고,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요소들이 회복되어 모든 이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는, 또 서로를 돌보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가장 비천한 사람마저도 굶주리지 않는 복음적인 해방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성모님은 소통과 화해의 표징이기도 하시지요. 오늘 복음에서 또 하나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만남입니다. 나이든 엘리사벳과 젊은 마리아의 만남,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과 신약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의 만남 말입니다. 이것은 세대 간의 만남, 그리고 옛 질서와 새로운 질서의 만남입니다. 뛰어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심연이 성모님 안에서 소통과 화해로 극복된 것이지요. 최근 우리 사회 안에서, 세대, 종교, 정치적 성향, 가치관의 차이로 서로가 심연을 사이에 두고 갈라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우리에게 소통과 화해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필요하고, 또 이를 위한 은총을 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곤 합니다. 특별히 광복 75주년을 맞아 평양교구장 서리인 서울대교구장님께서는 파티마의 티 없으신 성모 성심께 평양교구를 봉헌하시며 오늘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교회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도록 요청하셨지요. 원치 않는 분단을 통해 서로 반목하며 살아가는 우리 민족도 성모님 안에서의 이러한 소통과 화해에 이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이처럼 성모승천대축일은 우리가 마침내 죽음을 극복하고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에 이르게 되리라는 희망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특별한 은총을 청하는 날, 그리고 이러한 자유로움 안에서 전에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소통과 화해를 꿈꾸는 날입니다. 이러한 해방과 화해의 기적들이 믿고 청하는 우리들 안에서 날마다 실현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특별히 성모님의 전구 안에서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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