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7,23) 세상이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2021-05-20
조회수 141

신학생 때 잠시 공소 사도직 체험을 위해 시골 공소에 파견된 적이 있었습니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지금도 광주광역시에 포함되어 있지만

전형적인 농촌 모습을 하고 있는 작은 마을에 있는 공소로 신자 50여명이 있었죠.

 

후배 신학생 한 명과 그곳에서 지내면서 후배는 공소에서

아이들에게 공부와 예비자 교리를 가르쳤고,

저는 오전에는 들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오후에는 레지오 단원들과 함께 냉담 가정이나 새 신자를 찾아 가정 방문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신자들과 친해져서 신자들과 어울려 이야기도 하고 술 한 잔도 하게 되면

늦게 공소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소 활동 중에는 저녁 기도와 끝기도를 밤 10시에 하곤 하였다.

 

어느 날 한 신자분의 집을 방문해서 기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

 

"수사님 그거 아세요? 저희는 밤마다 공소에 불이 켜졌다 꺼지는 것을 보고 있답니다.

공소에 불이 켜졌다가 꺼지면, 이제 수사님들도 기도를 끝마치고 주무시는구나 하게 되죠.

무엇보다 그곳에 누군가 와서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답니다."

 

넓은 평원에 놓여있던 공소의 불빛이었기에 사방 어디에서건 공소를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늘 어둠에 쌓여있던 그 자리에

어느 날부터 밤 10시가 되면 불이 밝혀졌던 것이 공소 신자들에게는

"자신들과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존재감"을 확인하게 해 주는 지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수련 수사와 신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 수사가 첫 공소체험을 하던 때이었기에,

아는 것도 많지 않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지 않았습니다.

신자들의 도움 없이는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몰랐던 때였죠.

그런데도 공소 신자들은 밤 10시에 공소에 불이 켜지던 그 시간이 행복했다고 합니다.

누군가 자신들과 함께 있음을 알게 해 주었고,

누군가 자신들을 향해 신앙의 빛을 밝히고 있는 것을 보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밤 10시에 불켜진 공소는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자신들 가까이 있다는 상징이 되었고,

공소의 불빛을 중심으로 자신들이 어디에 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보내시고, 또 당신을 사랑하셨듯이

당신을 믿는 이들도 사랑하셨다는 것을 세상이 알게 되기를 바라며 간절히 기도하십니다.

그리고 세상이 이 사랑을 아는 방법은

당신과 제자들, 그리고 예수님을 믿는 이들이 하나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공소의 불빛처럼 우리를 그렇게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들은 곳곳에 있습니다.

명동에 가면 명동 성당이 있고, 청파동을 지나면 여러분의 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살아계심을 알게 하는 가장 근원적 상징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신앙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하나되고자 하는 마음은 단순히 우리 자신의 선한 마음이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를 이끌고 있다는 성령의 역동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하나하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부족함을 지닌 이들이 모여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완전히 하나가 되어갈 때,

사람들은 그것을 “신앙의 신비”라고 부릅니다.

 

부족하기에 더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신비를 세상이 알게 하려고

예수님이 우리를 부르셨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오늘 하루 나 자신의 부족함에 감사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통해 더 깊은 사랑을 살게 하는 이끄는 주님의 겸손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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