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부활 제6주일

2021-05-08
조회수 441

<사도10,25-26.34-35.44-48 / 1요한4,7-10 / 요한15,9-17>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여러가지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 가운데 꼭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정말 전능한 분이시라면, 피조물을 구원하기 위해서 굳이 사람이 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했어야 했냐는 것이지요. 어느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듯이 손가락 하나를 튕겨서 할 수도 있을 일을, 왜 굳이 어렵게 했냐는 의문일 것입니다. 


사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능함이라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봄직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대해서, 초대교회 교부인 니싸의 그레고리오 성인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의 위대한 능력은 광활한 하늘이나 별들의 광채, 혹은 우주만물을 질서 있게 배열하시고 그것을 영원히 돌보시는 것에서보다, 오히려 우리의 약한 본성에 당신을 겸손하게 내맡기신 데에서 훨씬 더 잘 드러납니다.”라고 말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프랑수와 바리용 신부님도 하느님의 전능하심은 힘의 전능이 아니라, 오히려 힘을 포기하는 사랑의 전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요한1서는 단순하고도 분명하게 "하느님은 사랑"(1요한4,8)이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에는 하느님께서 만물을 창조하고 돌보시고, 또 아픈 이를 고쳐주고 죄인들을 용서하는 분이시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알아야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시기에 섬김을 받기보다 오히려 섬기시는 분, 그리고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누군가를 힘으로 누르기보다 차라리 당신 자신이 희생하기로 마음먹는 분이시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랑을 구체적이고도 완전하게 보여주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러니까 하느님의 사랑법으로 서로를 사랑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사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자기 방식으로 자녀들을 통제하고, 가정 내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또 폭행을 훈육으로 합리화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랑한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이는 것이 아니라, 그분처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섬기는 사랑, 희생하는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과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어느 모로 한없이 무력해지는 체험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고, 상대의 유익을 위해 내 힘을 내려놓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게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주님 안에 머물면서 그 사랑에 잠겨 변화된 사람, 그래서 큰 사랑을 하게 된 사람이라면, 이제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기까지 할 것입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그러셨던 것처럼 말이지요.


아마도 우리가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말 그대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상대를 배려할 때,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끝까지 경청할 때, 동의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을 존중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법으로 어느 모로 큰 사랑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 말씀하셨던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매일의 우리 삶이 그런 사랑의 표현들로 채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하느님을 닮은 자녀들로서 세상에 사랑을 드러내 보이고, 또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풋터 로고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04

전화번호 : 02-743-7026      팩스 : 02-743-7027

이메일 : cmfkorea@catholic.or.kr

COPYRIGHTⓒ CLARETIANS.  All Rights Reserved.


FAMILY SITES

풋터 로고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04      전화번호 : 02-743-7026      팩스 : 02-743-7027      이메일 : cmfkorea@catholic.or.kr

COPYRIGHTⓒ CLARETIANS.  All Rights Reserved.


FAMILY S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