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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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3,2-6.12-14 / 콜로3,12-21 / 루카2,41-52>


파스카 축제를 마치고 예루살렘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요셉 성인과 성모님은 예수님을 잃어버립니다. 어떤 전승에 따르면 요셉 성인과 마리아는 일행의 다른 무리에 속해 가고 있었기에, 어린 예수님이 상대방 무리에 섞여 있으리라 짐작했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마음놓고 하룻길을 간 뒤에야 아들이 없어진 걸 발견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이제 고작 열 두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들을 잃어버린 것은 분명 부모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렇다고 어린 예수님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 친척 일행이 고향으로 가는 것을 알았을텐데,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일행에서 빠져나와 성전에 남아있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소년 예수님은 부모의 마음을 애타게 만들었던 것인데, 오늘 제1독서와 제2독서에서 부모를 공경하고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강조한 말씀에 비추어 보더라도, 무조건 두둔하기는 어려운 행동으로 여겨집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성가정축일을 지내며 나자렛 성가정을 기억하고 이를 본받도록 초대받습니다. 그런데 모든 가정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나자렛 성가정은 이렇듯 아이를 잃어버리는 부모와, 부모를 애타게 만드는 소년 예수로 구성된 가정이지요. 아무런 실수 없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는 이들의 공동체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자렛 성가정 안에서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배우게 됩니다. 그 첫 번째는 무엇보다 잃어버린 사람을 찾으려는 모습이지요. 비단, 물리적으로 누군가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많은 이들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에서 멀리하고, 생각에서 잊어버리다보면, 결국 그 사람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서로가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거룩한 공동체는, 설사 실수로 누구를 잃는 순간이 있다 하더라도 다시 찾아내고야 맙니다. 어느 한 사람도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지는 지상의 가족이나 공동체가 아닌, 하느님이심을 다시금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2,49)라는 소년 예수의 질문은,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시고, 그분의 현존 안에 우리가 머물러야 함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사실, 모든 가정 그리고 수도회 공동체는 그 자체로도 신비이지만, 동시에 더 큰 신비를 지향하며, 서로의 성화를 위해 협력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궁극적인 목적지를 일깨워주신 것이지요.


끝으로, 우리가 모범으로 삼는 성가정은 지금 당장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조급함을 내려놓고 마음속에 간직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여기에는 내가 지금 옳다고 믿는 바를 강요하지 않고 기다리는 인내, 상대 마음에 대한 존중, 더 나아가 하느님 섭리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들을 통해 결국 우리도 예수님처럼 지혜가 자라나게 되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가정은 물론이고, 다양한 공동체에 속해 있습니다. 아마도 모두 부족하고 실수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겠지요. 하지만 나자렛 성가정의 모범을 따라 날로 거룩하게 성장해가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끝까지 찾으려고 노력하는 공동체,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또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섭리를 믿는 이들의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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