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20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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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7,13-14 / 묵시1,5ㄱㄷ-8 / 요한18,33ㄴ-37>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왕의 권한은 절대적입니다. 오늘날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의 대통령 권한과는 비교도 되지 않지요. 왕의 말이 곧 법이고,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왕이 통치하는 왕국 안에서는 그 왕의 뜻과 방식이 옳고 그름의 잣대가 됩니다. 예컨대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나 행동이더라도, 그 나라 왕의 뜻에 반하면 그것은 잘못된 것으로 심판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아무리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도 그 나라 왕의 의도에 부합하면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특정 왕이 통치하는 나라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왕국이 존재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왕국들이 겹쳐진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예컨대, 한편으로는 자본의 논리가 선악의 잣대가 되는 자본의 왕국에 속해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더 많은 권력을 쥐는 것이 성공의 척도가 되는 힘의 왕국에 속해 있기도 합니다. 또 남보다 뛰어난 이들이 인정받는 것이 공정과 정의의 척도가 되는 엘리트 왕국에도 속해있고, 내면의 모습보다는 빼어난 외모가 환영받는 외모지상 왕국에도 한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때로는 다수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 공동선의 실현이라고 믿고 소수를 희생시키는가 하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을 어느 정도 희생시키는 것을 지혜로 여기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수많은 이데올로기와 철학, 처세의 지혜가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왕국들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교회는 연중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경축합니다. 말 그대로 예수님께서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의 왕이심을, 그래서 우리 모두가 그분 왕국에 속한 사람들임을 고백하는 날이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 다스리시는 이 왕국은 앞서 말한 왕국들과는 또 전혀 다른 뜻과 방식으로 통치됩니다. 권력으로 지배하는 통치원리가 아니라 왕이 스스로를 낮추고 봉사하는 원리로 나라가 지탱되고, 또 다수를 위해 소수의 의견에 눈을 감기보다, 오히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가장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는 나라이지요.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한 마리의 길 잃은 양을 찾기 위해 왕이 손수 길을 나서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왕은 우리에게 같은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를 돌보라고 초대합니다.


그래서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면서, 이처럼 수많은 가치들이 혼재된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떤 뜻과 방식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누구를 왕으로 모시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왕국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지요. 자본과 권력의 우상을 섬기는지, 아니면 사랑과 봉사의 주님을 왕으로 섬기고 따르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특히, 세상 마지막 날에 주님께서 심판하러 오실 것을 믿는 우리들은, 이를 통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주님 나라에 합당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하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됩니다.


한편, 그리스도가 왕으로 다스리시는 나라의 시민들이며, 동시에 그분의 지체들인 우리는, 그 왕국 건설에 동참하기도 합니다. 단지, 그분의 뜻과 방식에 따라 살아가며 심판을 준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합심해서 일하는 것처럼, 예수님처럼 살아가면서 그 사랑의 통치 원리가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도록 노력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누구도 자신을 남보다 낫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사랑과 섬김의 정신으로 봉사하고, 더 나아가 당신 목숨마저 내어주셨던 왕의 모범을 따라, 서로가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도록 힘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왕이신 예수님 나라의 참된 시민이 되고, 또 그분과 함께 사랑의 왕직을 수행하는 이들이 되는 것이지요.


어쩌면 오늘날 다른 왕국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자본이나 힘이나 엘리트주의 같은 다른 왕국의 논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올 때가 많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종종 흔들릴 때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금 주님 나라 시민임을 기억하고,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길을 담대하게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이 때에, 그러한 다짐을 새롭게 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왕이신 주님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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