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연중 제11주일

2021-06-12
조회수 69

<에제17,22-24 / 2코린5,6-10 / 마르4,26-34>


아직 어린 학생이었을 때, 본당 수녀님께서 복음에 나온 겨자씨라고 하시며 작은 씨앗을 보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좁쌀만 한 그 씨앗에서 싹이 트고 생명이 자란다는 것이 몹시 신기하면서도, 어린 마음에 복음은 왜 그렇게도 작은 것을 계속 강조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겨자씨도 그렇거니와, 빵을 부풀게 하는 아주 적은 양의 누룩, 오천 명 이상을 먹이는데 사용하신 고작 빵 다섯 조각과 물고기 두 마리, 또 어린이와 같이 되라는 말씀까지, 온통 작고 미약한 존재를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의 방식이 선뜻 이해가 안 갔던 것이지요. 오히려 더 큰 씨앗, 더 많은 빵과 물고기,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통해 일하시면 더 효율적일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굳이 그 미소함 가운데서 일하십니다. 더욱이 오늘 복음을 보면, 씨앗을 뿌린 사람조차 그 씨앗이 어떻게 자라고 열매를 맺는지 모른다고 하지요. 결국, 하느님의 일에 사람이 협력하는 것은 맞지만, 그 일을 하나씩 이루어 가시는 분은 언제나 하느님이심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많은 것을 내 힘으로 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가난한 가운데 하느님께 주도권을 내어드릴 때 더 큰 일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특별히 수도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가난, 정결, 순명을 서약함으로써, 이렇듯 세상에서 작은 존재로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물과 인맥, 또 권력을 내려놓았기에, 어쩌면 겨자씨보다도 더 작은 존재로 보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미소함 가운데서 일하시는 하느님의 신비를 우리는 체험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거대한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이 커다란 장수의 무시무시한 무기가 아니라, 소년 다윗의 조그만 조약돌이었던 것처럼, 우리의 겸손한 작음이 하느님의 큰 능력과 만날 때, 온갖 도전들을 뛰어넘어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어느 모로 우리 모두는 날마다 세상에 씨앗을 뿌립니다. 아주 미소해 보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복음적 삶의 증거를 드러냄으로써 말씀의 씨앗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작은 씨앗을 통해 하느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놀라운 신비를 알아보고 경탄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하느님의 방식에 따라 그분 일에 협력할 수 있기를, 그래서 마침내 우리 가운데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풋터 로고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04

전화번호 : 02-743-7026      팩스 : 02-743-7027

이메일 : cmfkorea@catholic.or.kr

COPYRIGHTⓒ CLARETIANS.  All Rights Reserved.


FAMILY SITES

풋터 로고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04      전화번호 : 02-743-7026      팩스 : 02-743-7027      이메일 : cmfkorea@catholic.or.kr

COPYRIGHTⓒ CLARETIAN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