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성령 강림 대축일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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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2,1-11 / 1코린12,3ㄷ-7.12-13 / 요한20,19-23>


성령강림대축일 때마다 듣게 되는 제1독서 말씀은 놀라움과 더불어 부러운 마음을 갖게 합니다. 배우지도 않은 다른 언어를 말하고, 또 그 말을 서로가 자기 지방 말로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니 말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야 외국어 사전이나 통역기는 물론이고, 외국어 공부도 필요 없을 테고, 또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이런 꿈같은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 하늘 나라에 가서는 당연히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예상해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오늘 제1독서가 전하는 내용이 단지 성령께서 유창한 외국어 구사 능력을 주셨다는 그런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독서 내용을 올바로 알아듣기 위해서는 하나의 언어가 뒤섞여서 소통이 불가능해졌던 바벨탑 사건(창세11,1-9)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벨탑은 하늘까지 탑을 쌓아올려 하느님처럼 되려 했던 교만의 죄를 상징하지요. 그리고 그 죄의 결과로 온전히 일치되었던 인류가 서로 흩어지고 소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피조물의 일치와 조화를 안배하신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죄로 깨어지면서, 이제 바벨, 곧 ‘혼돈’이 초래되었다는 것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성령께서 오시자 소통할 수 있게 된 이 사건은, 죄로 어그러진 세상의 질서가 하느님의 영으로 새롭게 창조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한 처음부터 하느님께서 의도하셨던 일치와 조화가 회복되고, 오늘 화답송으로 노래하듯, 주님께서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얼굴을 새롭게 하셨다는 것입니다.(시편104,30)


그리고 이어서 제2독서는 이렇게 창조질서가 회복된 상태를 한 몸이라는 비유로 다시 설명해줍니다. 각각이 고유한 능력을 가지고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눈, 코, 입, 팔, 다리 등의 지체들처럼,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은 모든 이들이 이제 한 몸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각 지체들, 곧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더 이상 서로 분리된 존재들이 아닌 하나의 운명 공동체를 이룹니다. 단지 서로 다른 언어를 이해하는 정도의 소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뼈와 뼈가 연결되어 서로를 지탱해주고, 혈관과 혈관이 연결되어 생명을 서로 나누고, 신경이 연결되어 아픔을 공유하고, 마음이 연결되어 함께 느끼고 사랑하는 하나의 교회가 된다는 것이지요.


이렇듯 성령께서는 무엇보다 막힌 것을 허물고 연결시켜 하나로 만드시는 일치의 영이십니다. 모든 문이 잠겨 단절된 것만 같은 공간으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들어서시듯, 두려움으로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 제자들에게 주님의 숨이 불어넣어지듯, 그렇게 성령께서는 전에 없던 길을 내시고, 마침내 모두를 연결해 한 몸을 이루게 하십니다.


성령강림대축일이 되면 특별히 일곱 가지 성령의 은사를 비롯하여 많은 은총의 선물을 성령께 청하게 됩니다. 이 은사들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굳세게 해줌으로써 각 개인의 신앙을 성장시켜주는 선물들이지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선물들이 개인만을 위해서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눈, 코, 입, 팔, 다리가 온 몸의 건강을 위해 합심하듯이, 성령의 선물을 받아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는 각 지체들 역시 공동의 유익을 위해 협력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 각자가 받은 성령의 고유한 은사들은 나와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사용됩니다. 사실, 하느님의 은총은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오히려 지체들을 통해 막힘없이 서로에게 전달되어, 마침내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선행, 친절, 진실 온유, 절제의 열매로 맺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늘로서 7주간의 부활주간이 끝나고 내일부터는 다시 연중시기가 시작됩니다. 부활주간의 마지막 날인 성령 강림 대축일을 보내면서, 우리 모두가 고유한 성령의 은사를 받아 파견되는 부활의 증인들임을 다시금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한 몸을 이루는 지체들인 우리가 이 세상 구석구석에 하느님의 숨결을 불어넣고, 또 아름다운 성령의 열매를 풍성하게 맺을 수 있도록, 각자에게 필요한 성령의 은사를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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