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부활 제4주일 (성소주일)

20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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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4,8-12 / 1요한3,1-2 / 요한10,11-18>


외국 국제공항에서 외국어가 시끄럽게 들리는 가운데, 유독 한국말이 들리면 그 말은 귀신같이 알아들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귀가 익숙한 말을 더 잘 알아듣기 때문이지요. 이와 같은 일이 예수님 시대에 양 떼와 그 목자 사이에도 종종 일어났다고 합니다. 복음의 배경이 되는 당시 광야에는 우물이 많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목자들은 시간을 정해 놓고 함께 모여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곤 했다고 하지요. 그 결과 우물가에서 양들이 서로 뒤섞일 때도 많았는데, 목자들에게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목자가 부르면 양들이 그 목소리를 알아듣고 자기 목자를 따라갔기 때문이지요. 이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양들이 목자의 목소리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말씀과 세상의 소리가 뒤섞여 들릴 때, 목자의 소리를 올바로 알아듣고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 목소리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거짓 목자 소리에 현혹되어, 구원의 길이 아닌 죽음의 길로 갈 수도 있을 테니 말이지요. 이를 위해, 목자이신 주님을 신뢰하는 가운데, 그분과 함께 친밀하게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 말씀을 자주 읽고, 또 믿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과 친교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별히 오늘은 부활 제4주일이면서 동시에 성소 주일이기도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성소는 하느님의 부르심이고, 이를 알아듣고 응답하는 것이 성소식별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달리 말하면, 부르심을 듣고 지금 안주하고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치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부르셨을 때, 바로 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제자들처럼 말이지요.


사실,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은 세상이 제시하는 거짓된 안락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께로 길을 나서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 내 삶의 목적이라고 믿어 버리게 된 안정과 기득권에서 벗어나는 여정 말이지요.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에 매몰되어 그 가치와 논리에 익숙해지기보다, 오히려 거기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믿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 그리고 물질주의에 빠져 눈에 보이는 것들로 나의 가치를 치장하기보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힘쓰기로 하는 것이 곧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응답은 비단 사제, 수도자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제2독서가 이야기하듯, 하느님의 자녀임을 우리가 참으로 알아듣게 된다면, 우리 삶의 방식 역시 예수님을 통해 배운 하느님의 방식을 따르게 될 테니 말입니다. 물론 이것이 쉽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느님 은총에 기대어 이 쉽지 않은 여정을 걸어갈 때, 우리는 날로 조금씩 조금씩 하느님을 닮아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하느님 자녀의 모습으로 완성되어 간다는 것이지요.


하느님 모상을 온전히 드러내는 하느님의 자녀로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 목소리를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위해 당신 목숨마저 내어놓으시는 착한 목자의 목소리에 응답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모든 이들이 날로 그분을 닮은 자녀로 부활하고 변화할 수 있는 은총을 함께 청합시다. 아울러 성소 주일을 보내며,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제, 수도자, 선교사들이 많아지고, 또 그들이 기쁘게 그 성소를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주님께 기도하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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