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4,13-35 참조)엠마오에서 만난 예수님

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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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항암 치료 중이던 신자 한 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녀는 독한 항암제로 머리가 자꾸 빠져 엉성해진 머리가 보기 싫다며 머리를 다 깎고는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친한 사제 두 명에게 보내왔습니다.

 

한 사제는 “머리카락은 다시 나니 걱정마세요. 빨리 건강해지시길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다른 한 사제는 “아니, 웬 예쁜 스님이신가요? 저와 데이트 한 번 안하실래요?” 하고 답장을 보냈죠.

여러분은 어떤 답장이 더 맘에 드십니까?

 

저는 뒤의 비구니와 사제의 데이트 답장이 훨씬 행복해 보입니다.

앞의 답장은 제가 보낸 것이고, 뒤의 답장은 제 친구 신부가 보낸 것입니다.

세상 일에 정답은 없다지만 더 마음이 가는 순간은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만난 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잃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 용기를 복돋아주고 위로의 말을 건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믿었던 스승님을 잃은 상실과 슬픔에 위축되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던 그들에게 

엠마오 가는 길에서 만난 그 나그네의 동행은 커다란 선물이자 은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식탁에 함께 앉아 빵을 떼어 나누어 주었을 때,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은 그 나그네가 누구인지 알아채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찾게 됩니다.

 

누구나 다 압니다.

시간이 지나면 머리카락이 나올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모를 잃은 슬픔도 무뎌지게 될 것입니다.

자녀를 잃는 폭풍 같은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서 견디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압니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위로를 넘어선 동행이 더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아파서 견디기 힘들 때, ‘그래도 이 순간을 견디어 내면 내일은 달라질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위로가 아니라, 

같이 아파하고, 같이 견디어 주는 시간과 마음이 필요합니다.

 

엠마오의 이야기에는 그런 위로를 넘어선 동행의 순간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께서는 실망하고 상처 입고서 예루살렘을 떠나던 제자들과 함께 하십니다.

그들의 아픈 사연을 들어줄 뿐만 아니라 식탁에서 그들에게 빵을 떼어 주십니다.

그리고 빵을 떼어줄 때 제자들과 함께 나누던 최후의 만찬에서 보인 그 모습을 다시 보여주십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은 “이는 내 몸이다.”라고 했던 예수님의 음성을 알아들었습니다.

 

위로와 동행 그리고 빵을 떼어 주는 이 일련의 과정은 예수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보여줍니다.

언제나 함께 하시고, 끝까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무엇보다도 식탁에서 떼어주시는 그 빵은 다른 누구에게서 얻는 빵이 아니라, 당신의 몸이자 마음이며 영혼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 해서라도 너희와 함께 할 것이고, 

너희의 아픔을 위로할 것이며, 너희를 위해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겠다는 사랑의 고백입니다.

 

때로 우리의 마음을 다한 많은 위로의 말이 “영혼이 없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재치 있게 말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을 다해 말하는 진심이 담긴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이들과 동행하고 그들을 위로하며, 

그들의 상처 입은 마음에 당신의 영혼마저 내어주시는 예수님의 진심을 제자들이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기에 부활 3 주일 복음을 묵상하며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은 나에게 마음을 다해 다가오시는데, 나는 얼마나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영혼이 있는 위로”, 그것은 정답이 아니라 진심에 관한 것입니다.

엠마오 가는 길에서 제자들이 만난 예수님은 그렇게 마음을 다해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진심을 다한 마음을 만난 그들은 새로운 생명의 길로 나아갑니다.

 

오늘 주님께 당신처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지혜를 달라 기도합니다.

 

“주님, 마음을 다해 사랑하게 하시고,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품어 안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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