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4,6)아무 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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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을 위한 영어미사 강론을 한국어로 바꾸어서 올립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한국은 지금처럼 발전한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아버지 월급날이 되어야 가족들이 외식을 한 번 할 수 있었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기였기에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어야 아이들은 과자나 사탕을 얻어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물질적으로 많은 것이 풍요로워진 시절이 되었습니다.

추석이라고 해서 더 배부르게 먹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50년 전 한국에서는 먹는 것이 생존 문제였지만, 지금은 먹는 것이 취미의 시대가 되었죠.

한국은 이제 먹느냐 먹지 못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맛있는 것을 찾고, 더 건강에 좋은 것이 먹는 것을 찾아 즐기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먹을 것을 걱정하는 시대가 지나 식도락의 시대가 왔지만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걱정거리가 많습니다.

쌀을 사고, 난방 연료를 사는 걱정을 벗어났지만, 지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고 한층 더 여유로워진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늘날 이 곳의 사람들은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족, 점점 더 부족해지는 것 같은 불안감, 남보다 적게 가졌다는 상실감이 가득합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나는 뭐지?”하는 불안과 불만이 가져오는 절망감 등은 사람들을 더 깊은 한숨과 걱정으로 가득차게 합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씀하시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일까 궁금합니다.

어느날 거울을 보면 더 하얗게 변한 머리와, 생명력 읽은 힘없이 눈동자가 보입니다.

더 길게 더 깊게 파인 주름살들, 탄력을 잃고 시들어가는 얼굴과 늘어나는 나이살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어느 새 억지로라도 웃지 않으면 잘 웃어지지 않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제는 걱정과 불안과 우울함만이 떠오르는 우리에게 바오로 사도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바오로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구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이야기하면 된다.”고 말합니다.(필리 4,6 참조),

그러면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살아가면서 어찌 걱정할 것이 없겠습니까?

제 생각에 그것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자신을 둘러싼 그 수 많은 걱정들과 고민들을 만나는가가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실존철학자 장폴 샤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감정, 다른 생각, 다른 인격을 가지고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기에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끊임없이 부딪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끊임없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게 되기에 “타인은 지옥이다” 라고 말합니다.

 

(사르트르는 이 지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는 자기주체성을 확실히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에게 맞춰주거나 상처 입지 말고, 나만의 세계를 살라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만나지 않고 살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것,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지옥이죠.)

 

사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했다면, 

평생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았던 피에르 신부님은 “타인들과 단절된 자기 자신이야 말로 지옥이다.”라고 말합니다.

즉, 다른 사람과 아무 관계도 맺지 않고 혼자 고립되어 사는 것이 지옥이라는 것이죠. 저는 피에르 신부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어릴 적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았지만 행복한 기억이 더 많습니다.

그때에는 지금보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서로 나누며 사는 것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지금보다 사람들에게 심지어는 죽은 조상님들에게까지 감사하는 것을 늘 듣고 말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을 사는 나는 얼마나 감사드리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단순히 감사하다는 말뿐이 아니라 그 감사한 이를 위해 얼마나 기도했을까요?

그리고 그 기도는 얼마나 간절한 마음이었을까요?

 

사도 바오로는 걱정이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고, 하느님께 이야기한다면, 하느님께서 평화를 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예수님 안에서 지켜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이 지옥일 수도 있고, 세상이 살고 싶은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 곁에 감사할 사람이 있고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내 안에 감사하는 마음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살아가는 곳이 더 살만한 곳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물질적인 풍요나 개인의 욕망을 추구하다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타인은 지옥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감사할 일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에게 타인은 천국의 기쁨으로 체험될 것입니다. 

사람들과 사는 이 시간을 천국이 되게 하는 것도, 지옥으로 만드는 것도 결국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것임을 꼭 기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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