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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11/26]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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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11-25 13:56 조회1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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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2,31-45 / 루카21,5-11>


며칠 전 어떤 자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지만, 2년 만에 남편이 뇌종양 진단을 받아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됐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였지요. 그래서 그 자매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딸 하나만 바라보며 여태껏 힘겹게 살아왔다고 하는데, 저를 더 안타깝게 만들었던 것은 그 자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로 더는 하느님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얼마나 하느님이 원망스러웠을까 싶어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하느님이 필요한 순간에 정작 그분을 찾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 참 서글프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서글픈 이야기들을 종종 듣게 됩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까닭 없는 고통을 허락하신다고 생각될 때, 그분이 원망스러워지기도 하고, 또 하느님이 정말 계시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하느님께서는 지금 당장 모든 고통을 없애주겠다고 약속하신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육화하신 성자 예수님께서는,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또 당신 멍에를 메고 짐을 지고 가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환난 가운데서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으라고 하시지요. 그러니, 모든 고통을 지금 당장 없애시는 하느님을 바란다면, 어쩌면 우리는 자신만의 신을 만들어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신에, 하느님께서는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십자가도 함께 지겠노라고, 멍에도 함께 메고 가겠노라고, 또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고 그렇게 약속하셨습니다. 지난 그리스도 왕 대축일 때 들었던 복음 말씀처럼, 죄인들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까지 함께 하시는 분이 바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시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분의 권능은 고통을 없애는 마술 같은 기적이 아니라, 고통마저 함께하는 연민의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모든 두려운 일들이 다 일어나고 말 것이라고 하십니다. 성전도 무너지고, 전쟁도 일어나고, 땅도 갈라지고, 식량도 부족해지고,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어서, 그것이 끝이 아니니 무서워하지 말라고 하시지요. 이는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는 그 약속이 종말이나 죽음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영원하리라는 확증의 말씀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오늘 종말을 예고하는 복음 말씀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임마누엘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품게 해줍니다.


살다 보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또 고통스러울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늘 상황이 변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어느 한순간에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또 우리가 그분 사랑 안에 있음은 변할 수 없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듣는 종말의 예고를 통해, 무엇보다 임마누엘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되새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우리가 그 현존 가운데 깨어 머물 수 있는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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