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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6/18]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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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06-17 14:20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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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코린8,1-9 / 마태5,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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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부활절에 스리랑카에서 일어났던 폭탄 테러 사건을 기억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수도인 콜롬보를 비롯하여 총 8개 지역에서 성당과 호텔들을 겨냥해 일어난 테러 사건이었지요. 특히 성당에서의 폭발 사건은 바로 부활 대축일 미사 중에 일어나서 미사 참례 중이었던 많은 신자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는데, 그러한 이유로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더 큰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 연쇄 폭탄 테러로 결국 300여 명이 사망했고, 총사상자 수는 600여 명에 달했다고 하지요.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여러 설이 있지만, 그 근본 원인이 스리랑카 내의 뿌리 깊은 종교 간의 갈등이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상대 종교를 원수로 삼아 저지른 끔찍한 사건이었다는 것이지요.


테러가 일어났던 성당 가운데 하나인 콜롬보 대교구의 파두아의 성 안토니오 성당은 성전을 재건하면서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기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스리랑카에 있는 글라렛 형제 하나가 그 공간을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그 사진의 제목은 ‘세상을 향해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쳐주는 스리랑카의 가톨릭 신자들’이었습니다. 사진에는 수십 명에 달하는 그 날 희생자들의 이름이 담겨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지르고 숨진 이슬람교도의 이름도 있었던 것이지요. 스리랑카의 우리 가톨릭 형제들은 그 무슬림 가해자도 폭탄 테러의 희생자로 여기고 그를 위해 기도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고,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때로는 나의 형제자매나 친구조차 사랑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원수를 사랑하라는 이 말씀은 사실 엄청난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 도전에 대해서 스리랑카의 그리스도인들은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 줄 뜻을 품었던(로마12,17) 것이지요. 그렇게 그들은 반격하지 않고 무력한 어린 양의 모습으로 그 테러 사건의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마치 순교하던 순간의 스테파노처럼, 십자가 위에서의 예수님처럼, 원수를 사랑함으로써 하늘의 아버지처럼 완전한 사람들로 변모되어 간 것입니다.


어디선가 증오심에 대해서 이렇게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증오심은 언젠가 가해자에게 던질 심산으로 새빨갛게 달군 돌멩이를 몸에 품고 다니는 것과 같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결국 내가 지치고 내가 데이고 만다.” 미움과 증오는 상대는 물론, 나 자신까지도 파괴한다는 말이겠지요.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는 증오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파괴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결정적으로 끊어내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으로 승리하신 분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도 그 승리에 동참하라고 초대하고 계십니다. 그 초대에 우리가 기쁘게 응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새빨갛게 달궈진 돌멩이를 내려놓고, 오히려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실천할 수 있는 은총을 이 시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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